[스크랩] [셀프방문기] 니들이 게맛을 알아~??(홈피에서 퍼왔습니다)
30여년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세월 동안 거리를 오가면서 킹크랩과 대게가 가득 담긴 어항을 수없이 보아 왔지만 얘네들은 저와는 다른 세계의 음식이라 생각했습니다.
랍스터, 킹크랩은 럭셔리 먹거리의 대명사로만 알고 있었고, 대게는 생긴 것만 그럴듯하지 속은 빈 깡통 같은 놈이라고 여겼습니다. 사실 제가 대게라고 알고 있었던 놈은 사실 홍게란 놈으로 트럭에서 3마리에 만원 주고 사 먹어본 게 다였지요.
그러나 1월 10일 주문진에 놀러가서 대게의 맛을 본 순간, 저의 맛 계보는 180도로 달라졌습니다.
득도할 때, 득음할 때의 기분이 이러할까? 아... 입안 가득히 퍼지는 이 향... 쫄깃쫄깃한 이 감촉... 이것이 바로 달콤한 인생의 맛이구나~!!
가장 좋아하는 음식 1, 2위를 다투던 도미회와 소곱창구이는 대게 덕분에 바로 한 칸씩 자리를 옮기고 말았습니다.
사실 킹크랩이 좀 더 큼지막하니 살이 많아 보였지만 가격도 많이 비쌀 것 같았고 생긴 것도 울퉁불퉁 우락부락 무섭게 생긴 것이 웬지 정이 가질 않았습니다.
2. 셀프수산과의 첫 만남
주문진 대게의 맛에 푹 빠진 저는 언제쯤 주문진에 다시 가면 좋을까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중 불현듯 떠오른 생각... 서울에서 신선하고 질좋은 대게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처음에는 가락동 수산시장을 중심으로 검색하였으나 최적의 장소를 찾기는 힘들었고, 며칠간의 검색 끝에 우연히 “죽해수산”이란 곳을 알게 되었고, 죽해수산 카페를 방문하였습니다.
글을 보다보니 죽해수산이 셀프수산으로 바뀌었고, 점포 위치도 면목동에서 망우동으로 옮겼더군요.
셀프수산 다음카페에 바로 가입을 해서 이리저리 구경하면서 정확한 매장의 위치, 시세, 할인받는 방법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였고, 바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게 사줄게~ 오늘 저녁에 보자!! 우리도 킹크랩 한번 먹어보자”
그날이 1월 21일, 이처럼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조대리님께서 킹크랩 시세가 지난 주에 비해 만원이나 싸졌다고 말씀해 주셨기 때문이지요.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면서 찾은 셀프수산에는 수많은 킹크랩과 대게들이 바글대고 있었고, 부미님께서 찜통 상태를 요리조리 살펴보고 계셨습니다.
부미님께서 둘이서 1.5kg 정도면 된다고 하셔서 1.5kg짜리 다리 한짝 없는 C급 킹크랩을 사고 주문진 대게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던 탓에 500g짜리 대게도 한 마리 샀습니다.
게를 찌는 동안 다른 테이블의 게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고, 눈 앞에 킹크랩과 대게가 도착한 순간 저와 여친의 두 눈에서는 광기가 흘렀습니다.
셀프 이모님께서 게를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 명강의를 해주셨지만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이모님께서 다른 테이블로 가신 후 저와 여친은 감동의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연신 가위질을 해댔습니다.
주문진에서 먹은 대게가 엄청나게 짜길래 원래 그런건줄 알았는데, 셀프의 킹크랩과 대게는 싱겁지도 짜지도 않은 적당한 맛이었습니다. 또한 수율(살이 꽉찬 정도) 또한 어마어마해서 킹크랩과 대게 모두 살이 꽉꽉 실하게 들어차 있었습니다.
"오오~ 이 살 좀 봐~~ 홍홍~ 엄청 맛있다~~"
"쩝쩝쩝~ 킹크랩 옆에 있으니까 대게가 웬지 초라해 보이는데..."
"난 대게가 커서 대게인줄 알았는데 다리가 대나무 같아서 대게라는디~"
"이야... 몸통에 살 좀 봐~ 노란 게장이 엄청 고소하네~"
그러나 안타깝게도 카메라를 들고 오지 않은 탓에 이런 명장면을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주문진에서 먹은 게도 정말 좋았지만 살이 꽉꽉 들어찬 킹크랩의 매력은 정말...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마무리로 이모님께서 정성스럽게 비벼주신 게장비빔밥 역시 대단한 감동이었습니다.
다만 결정적으로 저지른 실수... 계산할 때 암호 "과메기"를 속삭이는걸 까먹었다는 것...
아마도 대게와 킹크랩의 환상적인 맛에 할인 받는 걸 까먹은 것이겠지요.
제값을 다주고 먹었다는 사실은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면서 주머니 속의 영수증을 보다가 알았습니다 ㅋㅋㅋ
3. 가족들과의 게 파티
1월 21일 환상적인 게맛을 본 저는 주말로 계획된 가족모임의 장소를 급하게 셀프수산으로 바꾸었습니다. 원래는 아버지의 제안대로 가락시장에서 회 몇 접시를 떠먹을 계획이었으나 제 맘대로 셀프수산에 가서 먹는 걸로 바꿔버렸습니다. 덕분에 가족모임 비용은 모두 제가 계산해야 했지만...
지난번 아픈 추억이 있기에 이번에는 확실하게 암호를 기억하고 차 2대에 나눠타고 셀프로 출발했습니다.
8명이 셀프에 도착하여 킹크랩 3마리와 대게 3마리를 주문했습니다. 무게로 약 6.2kg정도 되었는데 워낙 많이 먹는 사람들이라 조금 걱정이 되더군요.
여덟명 모두 맛에 대해서는 대만족...
그 말 많은 사람들이 먹는 동안 한 마디를 안하고 아버지께서는 그 좋아하시는 술도 조금 밖에 안 드시더군요~
다만 좀 안타까웠던 점은 게의 양이 약간 모자라서 결국 서로 남은 살점을 양보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요. 아들 돈 많이 쓸까봐 더는 못 시키시겠고, 그 때 제가 과감하게 맘껏 더 시켜 드시라고 했어야했는데...
공교롭게도 당일 아침 갑자기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생돈 64만원을 날리고 온터라 쉽게 지갑을 열기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이날의 모임은 게딱지 비빔밥 8공기를 시켜먹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물론 이날은 안까먹고 암호를 대서 10%라는 어마어마한 할인을 받았지요~
4. 그 맛을 못 잊어 다시 찾다!
그렇게 셀프의 기억이 아련해질 무렵인 2월 6일...
여친과 저녁에 무얼 먹을까 얘기하던 중 킹크랩 얘기가 또다시 나오고 말았습니다.
셀프가 아무리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보름 정도의 기간 중 세 번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 때 여자친구가 하는 말이 조금 있으면 발렌타인데이인데 그날 못 만나니까 오늘로 앞당겨서 킹크랩 먹으러 가자고 하더군요. 저야 당연히 콜이죠~!
귀염둥이 크랩이들을 만나러 간다는 사실이 들뜬 저는 오늘 만큼은 이쁜 크랩이들 사진을 찍겠노라 다짐하면서 카메라를 챙겼습니다.
왕십리역에서 여자친구를 만나서 중앙선으로 갈아타고 드디어 셀프 도착...
인터넷 하고 계시는 부미님입니다. 왼쪽 어항 위쪽에 부미님 머리가 반쯤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또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습니다.
"허걱... 오늘 암호가 뭐였지???"
근처 하이마트나 전자랜드의 컴퓨터 코너에 가서 살짝 인터넷을 하려고도 시도해 봤지만 그날따라 손님이 하나도 없어서 점원한테 한 소리 들을 것이 뻔했습니다.
일단 부미님을 뵙고 크랩이 1.8kg짜리를 찜통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잽싸게 근처 가게로 이동하여 처음처럼 2병을 사고 길 건너 PC방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PC방에서 오늘의 암호를 알아낸 우리는 다시 셀프로 향했고, 이리 저리 밖을 헤매는 동안 기다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크랩이를 기다리는 동안 사진도 여러 장 찍었습니다. 이땐 정신상태가 멀쩡하군요.
막간을 이용해서 크랩이 놀이도 해 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태는 비교적 좋습니다.
아래는 한국산 킹크랩의 모습입니다. 상태를 보아하니 매우 심각합니다.
셀프 기준으로 볼때 잘 주면 E급... 거의 F급 쓰레기에 가깝습니다.
미친척하고 노는 사이 드디어 눈 앞에 크랩이가 도착했습니다.
처음에는 징그럽기만 했던 크랩이가 이제는 너무 귀여워서 막 뽀뽀해주고 싶습니다.
인증사진을 촬영한 후 바로 눈알 하얗게 뒤집고 크랩이 분해에 돌입합니다.
이럴땐 애인이고 뭐고 인정사정 없습니다.
이 살 좀 보십시오. 무슨 초대형 게맛살 같지 않습니까? ㅋㅋ
어느새 크랩이 다리는 다 뜯겨 나갔고 달랑 집게다리 2개만 남았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집게다리 퍼포먼스~!!
무다리도 놀란다는 이 엄청난 크기의 집게다리를 보라~!!
크랩이 다리에 붓처럼 예쁜 털이 송송송 나있다는걸 아셨나요?
너무 까불면서 먹다가 그만 크랩이한데 응징을 당하고 맙니다.
아쉽게도 집게다리마저 앙상하게 껍데기만 남고...
오늘의 마무리 게장비빔밥입니다.
게장비빔밥을 밥풀 한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 먹고는 부른 배를 통통 두들겨 봅니다.
이렇게 셀프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크랩이와 놀다보면 처음처럼 2병은 가볍게 꿀꺽꿀꺽 넘어갑니다.
5. 셀프계의 결성과 향후 활동 계획
저나 여친이나 왜소한 체구와는 어울리지 않게 대단한 먹성의 소유자들이라 게장비빔밥 없이 먹으면 각자 1.5kg은 먹어줘야 하고, 게장비빔밥을 먹는다해도 최소 1kg씩은 먹어야 할 듯 싶습니다.
돌아서면 또 먹고 싶고, 자꾸만 그립고 보고 싶어지는 크랩이들...
그러나 먹고 싶을 때마다 맘껏 먹었다가는 집안 살림 거덜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
결국 저와 여친은 셀프계를 조직하고 앞으로 만날 때마다 1인당 5천원씩을 모으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대략 6-7만원 정도의 기금이 모이면 셀프를 찾겠지요.
앞으로 용기를 내서 벙개나 정모도 가끔씩 나가 볼 생각입니다.
셀프에서 크랩이들과 놀 때 마다 항상 조대리님 걱정을 합니다. 술, 음료라도 파셔야 이문이 좀 남으실텐데... 걱정은 되지만 셀프인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하시는 조대리님이 계시기에 귀족 먹거리로만 알았던 크랩이들과 이렇게 많이 친해졌습니다.
얼마전에는 일본회사와 크랩수입계약도 맺으시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빌 셀프트럭도 마련하셨다지요. 셀프트럭을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곧 우리 국민 누구나가 신선하고 알찬 크랩이들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뜻일테니까요...
셀프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셀프와 조대리님의 무궁한 발전을 빌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크랩들을 제공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